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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도큐멘타 8
Seongbuk Documenta 8

여덟 번째 성북 도큐멘타 성북도큐멘타8의
기획과 내용
김다은 Kim Daeun 김수화 Kim Suhwa 신민준 Shin Minjun 오세린 Serin Oh 2022 성북도큐멘타 공론장
우리는 왜 예술로
지역을 기록하는가
성북도큐멘타 8 결과자료집 메인
성북도큐멘타가 8번째를 맞이합니다. 
앞서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진행된 1~7회까지의 성북도큐멘타는 시각예술을 기반으로 성북의 다양한 이슈를 리서치하고 아카이브하려는 취지로 강좌, 리서치, 전시 등으로 과정을 기록해왔습니다.
 
2년 만에 진행한 성북도큐멘타 8은 2022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예술인파견지원사업 - 예술로 기획사업과 연계하여 미술, 건축, 무용, 공예 등 여러 분야의 예술가들이 참여작가로 함께 했습니다. 지역을 기록하고 기억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고찰의 시간을 가지며 길음역 일대(길음동, 하월곡동)의 구도심·집창촌(미아리텍사스)을 시작으로 장위동까지 범위를 확장하여 들여다보았습니다.
 
성북과 만난 4명의 예술가는 예술의 공공적 접근을 통해 이주민과 원주민의 문화적, 생활적 격차와 욕구의 차이로 발생하는 지역의 문제들을 기록하고, 이곳에서 삶을 살아온 사람, 과거와 현재가 쌓은 시공간의 조각들을 아카이빙 하여 지역에서 새롭게 살아갈 사람들과 연결하는 예술작업으로서 지역의 변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기록하고자 했습니다.
 
그간 쌓아온 성북도큐멘타와 앞으로 지속될 성북도큐멘타가 과거-현재-미래의 성북을 기록하고, 다양한 주제와 방식으로 자원을 축적하여 또 다른 예술적 영감의 자원으로 확장되고 재생산 될 수 있는 플랫폼이 되길 바랍니다. 
성북도큐멘타8의 배경 
오래전 예술은 기념비, 서사시 등을 통해 공동체의 기억에 접근하며 이를 통해 동질성을 강화하려는 접근을 취해왔다. 하지만 오늘날 동시대의 예술은 동질성보다는 다양성을 존중하며 때로는 의도적으로 공동체 내의 갈등과 치부를 드러내어 이가 공동체에 환기하는 바를 목표로 하기도 한다. 이 관점에서 예술은 공동체가 공인해온 역사 외에도 기록되지 않은 다양한 작은 역사를 찾아내는 일이기도 하며, 공동체 내의 불화와 불평등을 감각적으로 환기하는 일이기도 하다.
 
길음동·하월곡동은 과거 ‘동소문 밖’으로 불리며 도시 빈민의 정착지였으며 소위 ‘미아리 텍사스촌’이라 불리는 집창촌이 한국의 굴곡진 근현대사 속에서 자연스레 형성된 곳이기도 하다. 이 지역의 풍경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도시의 확장과 재개발이었다. 2000년대 초반에는 ‘길음 뉴타운’사업으로 서울의 ‘원조 달동네’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새롭게 거듭났으며 이에 따라 집창촌에서 일하는 원주민과 새롭게 이주한 아파트 이주민의 갈등이 지역 공동체의 문제로 부상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역사도 「서울시 도시 기본계획 2030」 과 “서울 경전철 동북선 계획”이 구체화 됨에 따라 곧 재개발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질 예정이다. 
하지만 재개발은 지역의 기억들을 지우고 이를 특색 없는 균질성으로 대체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우리는 이 지역이 재개발되어 다른 모습을 갖추기 전에 이 곳을 기억하고 그 ‘기억함’이 우리 공동체에 환기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고자 했다. 흘러간 일을 과거로 박제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 적대와 불화가 심해지는 공동체 내에서 ‘감각’ 즉, 예술을 통해 질문하길 바라면서.
 
2021년, 일종의 사전 리서치 
이 프로젝트의 출발점은 2021년 예술로 사업(파견 예술인 지원)이었다. 성북구 삼양동에서 예술공간 ‘SAGA’를 운영하는 MTS는 성북구 삼양로 일대의 불법 성매매 업소인 ‘방석집’으로부터 발생하는 복잡한 이해관계에 대한 문제의식을 출발점으로 삼아, 도시재생의 목적과 불법업소를 통해서만 생존이 가능한 사람들 사이에서 공동체와 공공성이란 무엇인지를 질문하며, 이 문제에 대한 공공예술적 접근을 파견 예술인 사업의 주제로 제안하였다.
사업 내 매칭 과정을 통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예술인 김다은, 김수화, 신민준, 오세린, 장윤미는 ‘방석집’ 여러 곳이 영업 중인 삼양로와 대규모 성매매 집결지가 남아 있는 ‘미아리텍사스’를 중심으로 단행본, 잡지, 논문, 기사, 인터뷰 등을 찾아보는 것으로 리서치를 시작했다. 이후의 과정에서는 ‘지역 이슈’라는 같은 전제에 위치하면서도, 개별 예술인이 가진 고민과 접근 방식이 발현되어 근현대사, 장소성, 커뮤니티, 반성매매 담론, 공공예술 등 다양한 각도에서 세부 주제를 중심으로 문헌조사부터 필드워크, 인터뷰까지 다양한 방법론으로 광범위한 리서치가 수행되었다. 이 때 주제가 다양한 활동을 묶는 일종의 총론이었다면, 예술인들의 세부적인 관심사는 이를 구성하는 세부적인 각론들이었다고 평할 수 있다.
김다은은 초기에는 건축-도시적 관심을 바탕으로 미아리 일대의 변모하는 과정들들 지역학, 도시학 관점에서 시계열적으로 추적하는 리서치를 진행하였다. 이후, 이 과정에서 미아리텍사스가 형성되고 발전하며, 쇠락하기까지 미디어가 생산한 텍스트 즉, 논문, 사료, 책, 보도자료, 뉴스 등을 바탕으로 지역에 입혀지는 공적인 이미지들을 추적하고자 했다.
김수화는 미아리 일대를 중심으로 필드 워크를 진행하며 이 지역이 곧 재개발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정보는 리서치 과정에서 발생한 ‘지역성’, 장소’ 개념에 대한 의문과 결합되며 마르크 오제의 ‘장소 - 비장소’ 개념에 대한 탐구로 이어졌다.그 결과, 대도시가 도시개발에 의해 점차 비장소적으로 변해간다는 인식을 가지게 되었다. 이후, 역사, 맥락, 사건을 가진 고유한 ‘장소’에서 고유한 정체성, 역사성, 관계의 부재로 대표되는 ‘비장소’로 변해가는 과정 중에 있는 미아리텍사스 지역을 이미지를 중심으로 장소와 비장소가 혼재된 흔적들을 수집하였다. 
신민준은 평소 활동가로서 가져오던 공공-예술의 관계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방석집을 중심으로 한 지역 갈등에 대한 공공예술적 접근’이라는 전제를 성매매와 여성주의, 공공성과 공공미술, 다큐멘터리, 아카이브로 확장하여 문헌 리서치를 광범위하게 수행하였다. 이후에는 담론의 실질적 현실세계 작동에 대한 관심과 문제의식을 가지고 지역 정치의 미아리텍사스 관련 회의록을 조사하는 한편, 지역 주민, 행정가, 정치인의 인터뷰를 수행하였다.
장윤미는 다큐멘터리스트로서 미아리텍사스의 도시 재개발이 배제하는 이들 -도시난민, 성매매 여성-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서도 사회 구조와 미디어가 강제하는 전형성, 이분법에서 탈피하기 위하여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미시사를 중심으로 미아리의 역사의 역사와 현재를 추적하는 현장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오세린은 필드 워크를 수행하면서 ‘청소년통행금지구역 표지판’에 대한 구체적 관심을 가졌다. 작가는 미아리텍사스로 출입하는 길목마다 놓여 있는 이 표지판이 일종의 안내판과 같은 기능을 하고 있다고 생각 했다고 한다. ‘금지’가 공식적인 ‘존재’를 알리는 아이러니에 대한 관심을 가진 작가의 리서치는 ‘공식적인’ 14개의 표지판을 중심으로 공동체의 이분법에 대해 질문하는 방향이 되었다. 
 
하지만, 2021년의 리서치 활동은 구체적인 활동이나 예술의 생산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➊ 참여한 예술인들이 일시적으로 지역에서 활동하게 된 사람들이라는 점, ➋ 지역성을 기초한 예술 활동이 다수의 예술인이 익숙하지 않았다는 점, ➌ 미아리텍사스의 이슈가 여성주의 내부의 관점 차이부터 연루된 부동산 개발 이익까지 첨예한 갈등이어서 예술인들이 구체적인 활동으로 가시화하기에는 부담감이 있다는 점, ➍ 마지막으로 예술로 사업(파견 예술인)의 수평적 사업 형태 특성상 리더십이 모아지는 기획자의 역할이 부재하다는 점이 핵심적이었다.
 
6개월이라는 시간은 그동안 서로의 존재조차 모르던 이들이 처음부터 시작하여 난조건들을 이겨내고 결과물을 내기에는 너무나도 짧은 시간이었다. 

김다은

건축을 공부하고 있다. 짓는 행위의 안과 바깥에 있는 이야기를 관찰하고 기록한다. 

nueadkim@gmail.com

 

푸코에 의하면 “역사란 전통적으로 문서 documents를 이용하여 과거를 재구성하는 학문”이었다. 실증주의적 역사학에서는 역사 연구에서 역사적 ‘진실'을 전달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보조적 역할으로서 아카이브를 규정한다. 그러나 역사란 선별적 승인의 산물이라고 할 때, ‘승인’이라는 가치판단의 구조에서 배제되거나 강조되는 점을 전제로 하여 도큐먼트 수집을 시작한다. 역사 서술의 규범에 의해 재현되는 것 과 재현되지 못한 서사를 발굴해본다.

근현대시기 동안 미아리 지역의 역사적 지리적 사건은 이렇게 요약될 수 있다. 미아리공동묘지 - 원조 달동네 - 미아리텍사스촌 - 재개발 대상지 그리고 뉴타운. 장소의 흔적은 도시공간의 구조 속에서 어떻게 역사화 되고 있는지에 대한 지역의 아카이브를 발굴, 수집, 분류, 편집, 배열하여 장소에 대한 ‘다른 방식의 보기’를 제안하고자 한다.

특히 아카이브 미술의 주요한 방법론인 차용과 편집, 배치를 통해 기존의 제도적 공간 내에서의 인식 즉 “밀려나간, 배제된 공간 - 미화되어야 하는 공간”의 전복을 시도 해본다. 길음동 - 하월곡동 - 장위동이라는 지역을 기반으로 장소에 대한 텍스트 설계-해체 작업을 하고 있다. 해당 지역의 건축물과 구조물을 중심으로 한 각기 다른 시간의 파편들을 수집하고 재배치하는 아카이브의 재편을 통해 장소에 부여된 이데올로기적 이미지를 추적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단일한 의미와 인식 체계를 위하여 배제되거나 은폐되었던 기억의 서사를 발굴 및 구축하여, 아카이브를 통한 공적 기억의 재생산을 도모해본다. 이를 통한 예술적 상상력과 가능성을 품은 서사를 발굴 및 구축하고자 한다.

*본 작업의 기반이 된 웹 구조는 민구홍이 진행 한 강좌 「새로운 질서」 에서의 배움을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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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아리 무작위 문장 생성기>, 웹 베이스 아트, 2022
 
 
<미아리 무작위 문장 생성기>, 웹 베이스 아트, 2022
 <미아리 무작위 문장 생성기>, 웹 베이스 아트,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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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아리 무작위 문장 생성기>, 웹 베이스 아트,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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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리 무작위 문장 생성기>, 웹 베이스 아트,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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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리 무작위 문장 생성기>, 웹 베이스 아트,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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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리 무작위 문장 생성기>, 웹 베이스 아트,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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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리 마젠타〉, 사진, 2022

 

 

〈미아리 마젠타〉, 사진, 2022
〈미아리 마젠타〉, 사진, 2022

 

 

김수화

퍼포머, 안무가로 활동하며 공연, 글, 영상을 재료로 작업하고 있다. 동시대 디지털 매체의 재현성과 가상성을 관찰하고 비판적 관점을 품지만 동시에 상상으로 확장 하기를 시도한다. 

suhwakim13579@gmail.com

 

길음동 일대는 재개발이 완료된 구역, 유예 된 구역, 그리고 시선에서 제외된 구역들이 혼재되어 있다. 사회적으로 지정하는 언어들 바깥에서 길음동을 관찰하면 멈춘 곳과 이동하는 곳이 보인다. 시간이 과거에 머무는 집이 있고, 미래를 지향하는 집이 있다. 누군 가는 정착하지만 누군가는 이주해야한다. 반가움과 아쉬움은 어느 쪽이든 있으려니 추측해보다가 그냥 추측을 멈추었다.

삼양로 2길과 동소문로 42길 일대는 미아리 텍사스촌과 맞닿은 골목이다. 나는 인적이 끊긴 이 골목을 주로 돌아다녔다. 있던 것은 머물며 오랫동안 서서히 변형되고, 미세하게 감각을 자극하는 새로운 것이 된다. 가령 냄새가 더 고약해지거나, 거미줄의 형태가 변 하거나, 천이 찢어진 구멍이 더 커지거나, 쓰레기의 부피가 더 커지거나, 동물의 변이 나타나거나, 부패되거나 하는 것과 같은 새로움. 역한 이 감각은 기록에의 가치가 박탈된 것들인데, 돈이 되거나, 아름답거나, 놀랍지 않기 때문이다.

시간의 흐름과 멈춤, 이동과 정착이라는 양가적 언어 사이 애매한 위치에서 기록을 시작했다. 어떤 것으로 표현할 수도, 설명할 수도, 지켜볼 가치도 없어진 것 같은 더럽고 역한 곳에 시선을 고정시키는 일이 어떤 의미있는 일이 될 지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과 같이 생각을 엮어 본다. 원주민과 이주민이라는 구분이 무색한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인간을 명명하고, 맥락화 하고, 분리시키는 우리의 갈등이 일 어나는 동안 삼양로2길, 동소문로 42길 일대에는 시선에서 제외된 시간이 새로운 물질이 되어 쌓여간다는 상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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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소문로 42 나길>, 1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스테레오), 8분 24초,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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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소문로 42 나길>, 1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스테레오), 6분 11초,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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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소문로 42 나길>, 1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스테레오), 4분 15초,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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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소문로 42 나길>, 1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스테레오), 4분 56초,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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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소문로 42 나길>, 1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스테레오), 4분 30초, 2022


 

 

 

 

신민준

시각예술가 및 문화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다. 개인의 실존을 결정짓는 토대로 서의 사회구조에 대해 흥미와 문제의식을 가지고 다양한 방식과 매체를 활용하여 작업과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전에는 예술과 운동을 분리하고 양자택 일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지만 이를 ‘삶에 대한 태도’로 통합시키며 벗어 났다. 최근에는 동시대 민중적 예술과 예술의 정치적 가능성에 대한 상상과 연구가 관심사다. 

artimins92@gmail.com  / https://bit.ly/CV_JUN

 

 

처음에는 길음동이나 삼양로 방석집, 미아리 텍사스와 같은 지역의 이슈나 소재보다는 파견 예술인의 원래 방향이었던 “공공적 예술에 대한 새로운 접근"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하지만 공공-예술에 대한 관심과 회의가 들며 곧 고민에 빠졌다.

동시대 미술은 감각의 재배치, 인식의 전환, 전유적 방법의 활용 등을 통해 사회 문제에 대해 다른 방식으로 공론과 환기를 해야 한다고 미학자나 비평가들은 주장하지만 이 공론이 사회적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고상한 이들의 취미에 머물지는 않는지, 동시대 사회의 담론을 다루는 예술가들은 정말 사회적 존재인지에 대해 회의가 있었다. 그래서 다른 의미로 미술이 도대체 의미가 있기는 한걸까? 라는 고민이 있었다. 이러한 고민은 사회-예술의 조응 관계에서 만들어 지는 다큐멘터리라는 방식을 택한 이유가 되었다.

본격적으로 작업을 제작하기 위해 리서치 를 하고 사람들과 이야기 하는 과정에서 집결지나 미아리 텍사스에 대한 작업을 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집결지를 바라 보는 입장에 따라 고정된 시선들과 사회적 압력이 있기 때문이다. 고착화 된 시선과 나의 안온을 위협하는 압력을 모른척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한편으로는 작업이 집결지에 있는 사람들을 대상화하는 것은 아닐지 혹은 일종의 예술적 강박이나 프레임 워크인,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이 있지만, 이전과 비슷한 다른 다큐를 만들게 되는 것이 아닐지도 고민되었다.

결국 이런 문제는 작업 과정에서 기계적 중립을 취하게 하거나, 비판을 두려워해 이야 기를 숨겨놓는 은유로 표현되었다. 그러다 도큐멘타 프로젝트 과정에서 다른 이들과 나눈 대담이 영감을 제공했다. 대담을 나눈 다른 동료들은 “작업(예술)으로서 기록은 객관적 사실이 아니라, 주장이다"라고 말했던 것이다. 그래서 마음과 의식 속에 감춰진, 사회적 압력과 분위기 속에서 숨기게 되는 욕망이나 주장, 생각에 대해 더 말하고자 했다.

집결지를 이야기할 때 발화자는 의식하지 못할지라도, 대화 속에서 은연 중에 그 사람의 계급 의식이 드러나고 배제가 발생한다. 프로젝트 과정에서 이 말들이 그곳에서 살아 있는 사람들을 지우는 것 같아서 불편했다. 이 영화는 거기에서 시작되었다.

곧 미아리텍사스는 재개발되어 해체될 것이지만, 물리적 공간이 사라진다고 해도 구조적 폭력 즉, 성매매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집결지는 자본-도시의 사슬로 얽힌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집결지 재개발을 무엇으로 바라보아야 할까? 미아리텍사스, 집결지를 둘러싼 삶과 사회의 토대를 들여다 보고 구조와 실천이 교차하는 지점에 새겨진 삶의 무늬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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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도천〉, 1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스테레오), 51분 34초, 00.01.46,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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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도천〉, 00.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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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도천〉, 00.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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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도천〉, 00.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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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도천〉, 00.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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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도천〉, 00.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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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도천〉, 00.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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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도천〉, 00.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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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도천〉, 00.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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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도천〉, 00.3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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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도천〉, 00.3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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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도천〉, 00.4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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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도천〉, 00.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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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도천〉, 00.48.12


 

오세린 

미술작가. 우리 주변에서 건져 올린 소재를 바탕으로 오브제, 영상, 텍스트를 아우르는 확장된 작업 세계를 선보이며 기존의 통념을 관찰하고 재구성하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www.serinoh.com / serinoh@gmail.com

 

나와 다른 누군가를 배제하고 혐오하는 태도가 만연한 요즘. 길음·월곡 / 정릉 / 봉천 세 군데의 재개발 지역을 답사하며 이 태도를 상징한다고 여겨지는 오브제로써 무너진 담벼락과 빈집의 깨진 지붕, 조각난 타일, 자갈 섞인 계단모서리 등을 수집했다. 그리고 이를 원본으로, 실제 사용할 수 있 는 향초 오브제 〈홈 (Fragments) 〉(2021) 시리즈와 리서치 과정을 사진과 텍스트로 담 은 책 1권을 준비했다. 향초에는 천연 밀랍 과 함께 1960년대 산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수국과 아카시아 향 오일을 섞었다. 민둥산이 대부분이던 당시 녹화사업을 위해 선정된 나무였다고 한다. 워낙 많이 심어 이들은 당시 산림의 10%를 차지했다고 하는데, 덕분에 지금도 이 지역에선 5월이면 아카시아 향이 가득하다.

모티브가 된 지역 중 길음·월곡과 정릉은 성북의 대표적인 재개발 지역이고, 봉천은 내가 실제로 거주하는 지역이었다. 이 지역들은 1960년대부터 철거민, 수재민, 화재민 등이 집단 이주하며 형성된 지역으로, 재개발이 한바탕 있었거나 예정된 지역이다. 작품에 불을 붙이는 순간 촛농이 녹아내리며 형상이 점차 사라지는데, 미약 한 바람에도 촛농의 방향이나 심지에 붙은 불의 세기가 달라져 어그러진 모양이 제각 각이었다.

불이 꺼지면 애매하게 남은 향초의 새까만 흔적과 공간을 가득 채운 아카시아 향만이 남았다. 이 정도가 거대하고 긴 역사가 담긴 이 지역과 떠날 사람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행위라 생각했다.

 

 


2022 성북도큐멘타 공론장
우리는 왜 예술로 지역을 기록하는가

일시: 2022. 11. 04 (금) 15:00~18:00
장소: 미아리고개하부공간 미인도 (성북구 동선동3가 23 동선오피스텔 앞)
사회: 하장호(문화연대 집행위원)
발제: 장유정(성북구립미술관 학예연구사), 신민준(2022예술인파견지원 예술로 기획사업 참여예술가)
토론: 권은비(시각예술가)
       유영봉(극단 서울괴담 연출)
       정기황(시시한연구소 소장)


‘성북도큐멘타 8, 개발과 정비가 된 장소에 대한 예술적 연구와 실천을’ 마무리하며,
2022년 11월 4일(금), 성북 미아리고개 하부공간 미인도에서
‘우리는 왜 예술로 지역을 기록하는가’를 주제로 2022 성북도큐멘타 공론장을 진행했다.
공론장 발제 및 토론에 대한 내용은 유튜브
‘2022 성북도큐멘타 공론장’ 영상을 통해 다시 볼 수 있다.

>※ 공론장 영상 링크 : bit.ly/성북도큐멘타8공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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